서울대 비학생조교, 고용보장과 임금 등 노동조건에 합의

- 5월 29일 최종 합의 및 노사합의서 체결식 가져

- 당일 오후 파업 종료, 해고자 전원 5월31일부로 복귀 예정

- 서울대 조교의 노동조건 후퇴를 전제로 한 고용보장 방식 일반화해선 안돼

 

2017.5.29 전국대학노동조합 kuwu@kuw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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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9일 오후 2시, 노사합의서에 서명한 후 임효진 대학노조 국공립대본부장과 서울대 신희영 부총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고용보장과 노동조건의 차이를 두고 지난 해 하반기부터  투쟁해 온 서울대지부 소속의 비학생조교 조합원들의 투쟁이 5월 29일부로 일단락되었다.

 

당일 오후 2시 대학노조와 서울대는 서울대에서 노사합의서에 서명하고 이견을 보여왔던 임금 등 노동조건에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서울대 내부 규정에 따라 임용기간이 5년에서 7년에 다다르는 비학생조교들(교육/학사 5년, 실험/실습 7년)은 임용기간 만료 시점부터 총장이 발령하는 무기계약직 직원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60세 정년을 보장받게 되고 임금은 법인직원 8급 기본급의 88%를 적용받는다. 기본급 이외의 수당 등 노동조건은 법인직원의 조건을 준용하기로 했다. 이날 합의로 2월 말일부로 해고된 조합원들도 5월31일자로 복직하게 된다. 이로써 서울대의 비학생조교 고용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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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5일 파업선포 직후 대학노조 임원들과 조합원들이 학내 행진을 하며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대학노조는 지난 해부터 서울대의 조교 중 고등교육법상의 조교가 아니어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에 따라 고용을 보장받아야 하는 조교(비학생조교)들에 대한 기간제법 위반을 지적하며 이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왔다. 당사자들의 현장 투쟁 뿐만 아니라 비학생조교들의 고용보장과 관련해 국회 차원의 노력도 이어졌고, 결국 지난 해 12월 22일 서울대학교가 비학생조교 전원에 대한 고용을 보장했다. 전체 360여 명의 조교 중 250여 명의 비학생 조교가 고용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갈등은 노동조건을 둘러싸고 다시 불거졌다. 앞서 서울대는 2016년 12월 말 조교 조합원 전원에 대한 고용보장을 확약했고,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주요 언론들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의 주체(총장 또는 기관장) 문제와 큰 폭의 임금 삭감을 학교 측이 강요하면서 2월 28일까지 이와 관련한 노사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두 달 동안의 노사 교섭이 결국 불발되면서 학교가 고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33명의 조교가 올해 2월 계약만료로 해고되고 말았다.  2월 28일자로 1차 계약이 만료 된 서울대지부 소속 조교 조합원들에 대해 서울대 측이 고용의 보장과 관련한 아무런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3월 1일부로 자동해고가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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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일 해고에 항의해 조합원들이 임시 행정동으로 쓰고 있던 우정관 내 교무과를 점거하고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전국대학노동조합

 

이에 대해 서울대지부는 즉각적인 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행동에 돌입했다. 서울대의 무책임한 행위에 대해 조합원 100여 명이 3월 2일 오후부터 연가를 내고 임시 행정동으로 쓰이고 있는 우정관 4층 교무과 앞으로 몰려가 조속한 고용보장에 대한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며 항의 투쟁에 들어갔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본부조합에서도 이날 부터 현장 투쟁에 즉각 결합했다. 농성 열흘 만에 해고자에 대해 해고 기간동안의 생계비 지급과 계속 교섭을 통한 노사합의 노력이 전제되면서 농성은 해제되었고 또 다시 교섭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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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 이틀째, 민주노총과 대학노조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비학생조교와 국립대 비정규 조교 문제의 해결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전국대학노동조합

 

하지만 총 6차례의 노사 본 교섭과 수차례의 실무교섭,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까지 거쳤지만 노사 이견만 확인한 채 조정이 중지되면서 노조는 결국 5월 15일부터 파업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노조는 총장의 직접 임용을 전제로 기존 임금을 8급 기본급 대비 95%의 임금수준까지 하회시킬 수 있다며 양보안을 제시했으나 학교 측은 8급의 85%를 고수하면서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서울대의 임금삭감 요구의 폭은 조교 개인에 따라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44%에 이르는 등 매우 과도한 임금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노조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2주 간의 전면 파업 끝에 결국 학교 측과 노조가 이날 최종 합의하면서 파업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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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9일 노사합의 직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의 합의는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합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장기간의 노사 갈등과 해고를 감수하는 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사 합의를 통해 고용과 노동조건을 보장했다는 측면에서의 의의는 있다. 또한 대학 내 조교들의 고용 및 노동조건과 관련해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고 서울대 외의 타 대학들과 교육부, 국회에도 조교 문제 해결의 과제를 안긴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기존에 지급받던 임금의 삭감과 노동조건의 후퇴를 전제로 한 고용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고 , 이것이 향후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식의 모델로 자리잡지 않을까 우려 역시 크다. 서울대 비학생조교의 정규직화 방식이 일반화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한편, 2016년 기준으로 전국 37개 국립대의 조교는 총 3천473명이며 이 가운데 92%인 3천196명이 비학생조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역시 기간제법에 따라 고용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정부의 고용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당사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노조는 향후 교육부 장관 등을 상대로 이들에 대한 고용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를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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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3일 저녁, 파업투쟁 승리를 다짐하며 조합원들이 서울대 본부 앞 잔디광장에서 문화제를 열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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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10일 더불어민주당과 유은혜 의원과 조합원들이 간담회를 연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요구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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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보장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겨울 경영관 앞에서 학내 선전전을 진행 중인 조합원들 ⓒ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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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교내 연못 앞에서 중식 선전전을 하는 모습 ⓒ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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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도서관 앞 계단에서 고용안정과 해고반대 선전중인 조합원들ⓒ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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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철회와 고용보장을 위한 학생회관 앞 서명전에 많은 학생들이 동참하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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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에 진행 중인 조합원들의 학내 피켓 시위 ⓒ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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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의 기간제법 준수와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모습ⓒ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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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학생들의 해고철회 지지 대자보가 교내에 나붙은 가운데 그 옆에서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 전국대학노동조합